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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스터 사회학

작년쯤에 기획했던 것입니다. 무척 중요하고 잘 팔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출판사의 기획자들은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거 같습니다, 흑흑.



1     소개


이 기획에서 저는 우리 문화의 몇몇 특징적인 양상들을 나르시시즘과댄디즘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분석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나르시시즘과 댄디즘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를도모하기 위해 그와 관련된 문학, 영화, 음악의 사례를 추가로분석할 것입니다. 우리가 나르시시즘과 댄디즘에 대해 갖고 있는 통념을 불식시키기 위해 칸트에서 호네트까지의이론들을 빌어 그 의의를 새로 밝히는 것으로 이 분석은 끝을 맺게 됩니다.


왜 나르시시즘과 댄디즘일까요?나르시시즘은 모든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근본적인 성향입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나르키소스를다룬 한 산문시[1]에서이를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자기자신에게 도취되기란한 유정有情이 자아를 세우는 데에 있어 한번쯤은 거쳐갈 수밖에 없는 관문과도 같습니다. 댄디즘은 보헤미아적인 자아가 스스로를 지키고 자신의 정치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립하는 전략입니다. 굳이 영향력등의 익숙한 표현을 두고 정치력이라는 생경한 표현을 사용하는 까닭은, 가장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서도정치적인 권력 관계가 생겨날 수 밖에 없음을 강조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이쯤에서 나르시시즘과 댄디즘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하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나르시시즘과 댄디즘은 명확히 구별이 가능한 개념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서로 의존적이라는 사실을 먼저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나 르 시 시 즘

댄 디 즘

  

자아도취

타인에 대한 공감 부족

외적 면모에 대한 집착

냉소주의

새로운

의 의

자의식의 발견

주체 구축을 위한 토대

미학적인 주체 구축의 시도

정치성(타자와의 관계)’의 인식

어린 크리슈나 설화[2]

SNS(싸이월드페이스북), 셀카

보들레르와일드

하루키


이 기획은 독자들이 일상에서 흔히 목격체험하는 현상들을 나르시시즘과 댄디즘의 언어로 분석함으로써 독자들을 유혹하고자 합니다멋진 카페를 방문하고는 셀카를 찍어 자신의 페이지에 올리는 행위의 밑바닥에 숨겨진 심리는한때 좋아하던 작가나 밴드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면 갖게 되는 알 수 없는 심술은왜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도 자신의 페이지에서 허세를 부리는 것일까그걸 바라보는 내가 갖는 조소질투혐오가 뒤섞인 묘한 감정은 또 무엇일까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이 심리의 기저에 나르시시즘과 댄디즘이 얽혀 있고또한 이것이 프로이트나 푸코 같은 학자들의 분석과 연관이 있으며 보들레르나 하루키 같은 작가들에게서도 마찬가지의 심리가 보여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 보다 관심을 갖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에게서 나르시시즘이 점차로 더 강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부모의 양육 방식의 변화 등 여러 원인이 있으나 제가 주목하는 것은 인터넷의 대중화특히 SNS의 확산입니다자기표현이란 일정한 지면을 획득할 수 있는 소수만의 특권이었고 대중에게 그 기회가 고루 주어진 적은 없었습니다지면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일정한 절차를 밟은 사람에게만 허용되었기에 특권입니다. ‘지식인을 구별 짓는 기준도 바로 이것입니다그런데 어느 순간 모두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씩 주어지게 되었습니다막 새로 생겨 텅 비어 있는 ‘○○○님의 미니홈피를 바라보며무엇으로 이 가상의 공간을 꾸밀 것인가를 생각하는 이 새로운 세대의 자의식나르시시즘이 점차로 강화되었으리라고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습니다자신의 페이지를 관리하는 행위는 자연스레 타인의 눈에 자신의 페이지가 어떻게 비칠지를 의식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신을 바라보기자기의식self-awareness이 곧 댄디즘의 핵심입니다이를 보들레르는 “[댄디는거울 앞에서 살고 거울 앞에서 잠자야 한다고 표현하였습니다보들레르나 도르빌리처럼 종교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집념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늘날 웹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많은 자기표현의 행태들이 댄디즘의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그 전략은 간략하게 우아함과 냉정함의 추구로 이를 수 있습니다대중의 평범함에 휩쓸리지 않는 독창성을 획득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획득하는 것이 댄디즘의 목표입니다저는 일상의 연애 관계에서도 이러한 정치성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면서 소위 쿨함이 중요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에 대해 중요한 논평을 남긴 최초의 인물은 아마 칸트가 아닐까 합니다. <세계시민의 관점에서 본 보편사의 이념>에서 칸트는 사회를 이루어 살려는 인간의 근본적인 지향을 보면서도그와 반대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스스로를 구별시키고 싶어하는 성향 또한 봅니다속물주의의 폐해도 있지만 이러한 인정과 구별의 욕구는 인간을 나태함과 자기만족의 타성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뿐만 아니라나아가 인간이 지닌 모든 소질을 계발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도덕적 판단 능력마저 고양[3]시켜준다는 것입니다칸트는 인류를 치장시켜주는 모든 문화와 예술가장 아름다운 사회적 질서는 (…) 반사회성의 결실들이다[4]라고까지 말합니다.


이 기획은 이 지점에서 나르시시즘과 댄디즘의 허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전략을 제안하고자 합니다쉽게 지적할 수 있는 나르시시즘의 허점은 자기 바깥의 세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스스로에 함몰(자폐)되어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댄디즘의 허점은 보다 미묘한 편인데자신을 타자(대중)와 구별 짓는 데에 집착하면서 도리어 자아상이 흐려지는 역설을 낳기도 합니다. ‘언제나 남과 다른 나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가 아닌 이 되기 때문입니다(여기서 속물주의snobbism와의 연관도 찾을 수 있음).또한댄디즘의 특성상 타자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무시하는 역설이 존재합니다여기에 대해서는 르네 지라르가 탁월하게 묘사한 바 있습니다:


무관심한 냉담함을 가장하는 자가 댄디로 정의된다그런데 이 냉담함은 금욕주의자의 냉담함이 아니라 욕망에 불을 붙이도록 계산된 냉담함타인들에게 끊임없이 ‘나 자신으로 충분하다’고 반복하는 냉담함이다댄디는 그가 스스로에게서 느낀다고 주장하는 욕망을 타인들이 모방하게 만들고 싶어한다.[5]


기존의 전략에 대해 그 허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면 그것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먼저 규명해야 합니다. (나르시시즘은 전략으로 보긴 어려우므로 생략하고우아함과 냉담함을 주무기로 삼는 댄디의 고양이-같은feline 전략은 타인들에게 경외의 대상이 되어 정치적 영향력을 획득하고자 하는 욕망의 발현입니다댄디는 타인들에게 사랑받는 자가 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갓 발견한 자아의 아름다움에 도취(나르시시즘)되어 이를 보다 더 숭고한 차원으로 조각해 내고자 하는 열망(댄디즘)을 가진 자에게대중은 미몽을 헤매는 비루한 존재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댄디의 이러한 귀족주의는 앞서 말한 역설로 인하여 본래의 목표인 정치적 영향력 획득에 실패하게 됩니다여기에서 정치적 영향력이란 어휘를 인정으로 바꾸고 악셀 호네트의 인정투쟁 이론에 비추어 보면 문제의 이해가 보다 용이해집니다. <인정투쟁>에서 호네트는 성공적인 삶의 조건으로 사랑권리사회적 연대의 세 가지 인정을 꼽습니다댄디적 개성의 실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자기실현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인정(여기에서 연대solidarity – 가치 공동체community of value가 생성)되어야 하지만 댄디의 태생적인 거부감이 이를 방해합니다댄디는 끊임없이 차이를 짓고자 하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사회와 소통하며 가치 공동체 – 연대를 형성하여야 합니다그것이 그가 알게 모르게 희구하던 정치적 영향력’, 혹은 인정을 얻을 수 있는 길이므로.


여태까지의 논의를 아우름과 동시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이 기획의 소개를 마치고자 합니다젊은 세대에서부터[6]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나르시시즘의 심화는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것만은 아닙니다온전한 주체가 되기 위해 자아는 프로이트의 나르시시즘부터 코헛의 나르시시즘까지를 거쳐야 합니다자기 안에도 한 벌 지어진 우주[7]에 매료된 자아는 어느덧 타자와의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 때에 이르게 되고여기서 주로 댄디의 전략을 취하게 됩니다이는 어느 정도 주효할 수 있습니다만한 자아가 정치적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인정(“Mission Accomplished”)받기 위해서는자기 속으로 침잠하였다가 (수영에서 턴하듯이다시 세계로 돌아와야 합니다이 기획은 멋과 허세 따위를 다루며 시작하였다가 개인이 세계에 대해 어떠한 자세를 취할 것인가를 상기시키며 끝을 맺게 될 것입니다.


2      구성


2.1      Layer I: 우리 사회에서 관찰 가능한 현상 분석

l  셀카(성형?), 웹 노출증

l  허세, ‘

l  럭셔리 소비부족한 자존감의 보완

l  대중음악의 가사에서 보는 나르시시즘 (NYT, 2NE1)

l  이로 인한 파국(무절제한 소비과도한 사생활 노출 등)

2.2      Layer II: 나르시시즘과 댄디즘의 문화예술 분석

l  문학바르베 도르빌리 <조지 브루멀과 댄디즘에 관하여>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보들레르무라카미 하루키

l  영화: <아메리칸 싸이코>, <벨벳 골드마인>

l  음악데이빗 보위모리스 라벨(?!)

2.3      Layer III: 이론적 분석

l  프로이트일차적 나르시시즘

l  하인츠 코헛성숙한 나르시시즘(self-psychology)

l  칸트: ‘반사회적 사회성

l  푸코주체 형성(자기배려자기의 기술)에 대한 관심

l  지라르댄디의 모순 –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l  호네트인정투쟁 모델 – 푸코에게 결여된 사회적’ 주체의 성립

2.4      토픽 기준의 서술

셀카나 허세’ 따위를 하나의 화제topic로 삼아 Layer I-II-III의 구조로 부드럽게 서술하여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참고 사례알랭 드 보통)

 

3      향후 과제


(후략)


[1] Oscar Wilde, “The Disciple,” in Poems In Prose (1894);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의 첫머리에 인용되어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2] 힌두교 경전 <바가바타 푸라나>

[3] 장은주, “상처 입은 삶의 빗나간 인정투쟁,” 사회비평 제39 (2008): 4-247.

[4] 같은 글에서 인용; I. Kant, “Idee zu einer allgemeinen Geschichte in weltburgerlicher Absicht,” Schriften zur Anthropologie, Geschilchtsphilosophie, Politik und Pedagogik 1. Werkausgabe Band XI, W. Weischedel (Hg.), Frankfurt/M, 1968, 37(A392).

[5] 르네 지라르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김치수송의경 옮김 (한길사, 2001), 233.

[6] 젊은 세대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라는 판단으로 ‘~에서부터라는 표현을 사용.

[7] <바가바타 푸라나>의 어린 크리슈나 설화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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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inveth 2012/09/29 23:14 #

    그다지 관심분야가 아닌데도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언젠간 책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delcinabro 2012/09/29 23:48 #

    감사합니다. 음악 좋아하시는 거 같은데 저도 Flying Lotus는 좋게 들었답니다. 요새는 옛날에 좋아하던 블랙메탈 걸작들을 다시 듣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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