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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외교안보 주간 브리핑 (1월 다섯째주) military/politics

지난 24일(현지 시간) 존 케리 차기 국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청문회가 있었습니다. 세 시간에 걸쳐 진행된 청문회에서 지명자는 (국무장관이라는 직책을 생각해 보면 자연스레) 다양한 분야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재미있게도 청문회가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는 바로 케리가 상원의원으로 일한 28년 동안 몸 담았던 위원회이며 케리는 심지어 지난 4년 동안 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국방장관 지명자인 헤이글과는 달리 케리는 무난히 인준을 받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기 때문에 그의 청문회 답변은 오바마 2기 정부의 외교 정책을 예상하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워낙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이번 청문회에서 거론된 이슈들만 가지고서도 이번 브리핑을 정리하는 데 충분할 정도입니다.

케리는 이란 핵 문제에 대해서 "우리의 정책은 억제(containment)가 아니라 예방(prevention)"이라고 답하면서 대화와 제재의 투트랙 정책을 계속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최근의 정책이 제재에 더 쏠려있던 만큼 서로가 만족할 만한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대화에도 신경을 쓰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헨리 키신저 또한 다보스 포럼에서 "이란의 핵 문제가 조만간 급격히 악화될 것"이며 "이란 문제가 새로운 오바마 정부의 아젠다 중 높은 우선 순위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망명한 전직 이란 국회의원 일곱 명이 오바마 대통령과 이란의 아야톨라 하메네이, 그리고 EU에 편지를 부쳐 이란 핵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이란에게 ▲순도 20% 이상의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기존의 20%짜리 고농축 우라늄에 대해서는 IAEA의 감시 하에 둘 것을 요구했고,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에게는 이란에게 ▲평화적 이용을 위한 우라늄 농축은 허용하고 ▲제재 완화에 대한 분명한 계획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다는 제안입니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심화되면서 이란 내부에서는 의료품들까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제재가 계속 되면 이란 국민들에게 남아있는 서구에 대한 호감이 모두 반감으로 바뀔 우려가 있습니다. 전직 이란 의원들은 또한 하메네이가 자국 내에서 경쟁자들을 제칠 수 있으려면 적어도 평화적 이용을 위한 우라늄 농축 정도는 허용을 해주어야 한다는 의견 또한 피력했습니다.

케리 또한 청문회에서 "평화적 이용을 증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테헤란에서도 몇 차례 씩이나 자기네들의 핵 개발 사업은 어디까지나 평화적이라고 주장하여 왔고요. (물론 그러다 수틀리면 이번 북한처럼 계속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주장하다가 갑자기 "미국을 겨냥한다"고 깜짝선언을 할 지도) 국내의 정치적인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하메네이에게 20% 미만의 농축에 대한 '떡밥' 정도는 주어야 협상이 진척되지 않겠습니까. 이란 핵 문제에 대해 현재로서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편, 이란에 대한 공습 카드를 언제나 만지작 거리고 있었던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총선 결과로 인해 당분간 조용하지 않을까 싶군요. 초기 여론조사에서는 네타냐후의 리쿠드 당이 안정적으로 다수당이 될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우파 쪽에서는 리쿠드가 20석, 중도 좌파에서는 예쉬 아티드가 19석을 차지하는 등, 우파 61석 vs. 좌파 59석의 아슬아슬한 구도가 형성되었습니다.

단순하게 비교해 보면 어쨌든 우파가 과반(?!)을 차지하기는 합니다만, 이 우파 정당들 사이에서도 핵심 이슈에 대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서 연정을 구성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핵심 이슈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많은 것이 바로 병역 문제입니다. 극정통파 유대교인들은 현재 병역을 사실상 면제받고 있는데 세속적인 이스라엘 시민들은 이에 대한 반감이 무척 큽니다(이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제가 과거에 쓴 기사 참조). 따라서 당분간은 이란에 대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며, 당분간은 국내의 문제에 더 치중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란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좋은 타이밍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케리는 청문회에서 미중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도 보였습니다. 비록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으나 "서로를 적대하여 여러 가지에 대해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켜서는 안 된다"고 케리는 말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케리는 미국과 중국이 기후 변화에 대비하는 것에서도 서로 협력할 수 있으리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깁니다: "중국은 조만간 미국이 배출하는 양의 두 배를 배출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친구들을 이 단일한 노력[지구 온난화 방지]에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아주 아주 열심히 노력하려 합니다." 케리는 또한 아태 지역의 미국 군사력 확대에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여기에는 재정적인 고려도 있지만 중국의 우려에 대한 의식도 있습니다.

케리는 중국이 현재 이란에 대한 제재에 협력하고 있듯, 북한에 대해서도 협력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입장도 보였습니다. 중국이 과연 이란에 대한 제재에 충분히 협력하고 있는지는 좀 의심스럽습니다만(중국은 현재 이란의 원유 수출분의 50%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UN의 대북 제재에 손을 들어준 것을 보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제 자연스럽게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살펴볼 순서가 되었습니다. 이미 많이 보도되었다시피 북한은 UN의 대북 제재에 손을 들어준 중국에 대해서도 독설을 쏟아냈습니다. 최근의 언론 보도를 보면 중국이 조금씩 북한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다만 중국이 북한을 그렇게 쉽게 저버릴 리는 만무합니다.

최근 김정은 성형설에 대한 중국 내부의 보도 지침 전파 사례도 그런 작은 방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김정은 성형설 자체는 꽤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언론에서 보도해왔습니다. 이제 와서 북한이 이를 규탄한 것은 새삼스럽지요. 북한이 갑자기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중국의 언론에서 한 관계자의 말을 빌어 김정은 성형설이 사실이라고 보도한 일이 2주 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중국 당국은 북한 지도부에 대한 보도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UN 대북 제재에 동조하고 바로 이틀 뒤에 일어난 일입니다.

중국과 일본이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를 두고 스크램블까지 펼치면서 대립하고 있다는 건 잘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정작 바다에서 일본이 주로 싸우는 대상은 대만입니다. 작년 9월에도 열도 부근에서 순시선끼리 물대포를 주고 받은 적이 있었는데 지난 24일에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습니다(앞의 연합뉴스 링크에서는 물대포를 사용한 직접 충돌이 없었다고 하나 타이페이에서의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대만 해경 대변인은 서로 물대포를 발사했다고 말했습니다). 대만이 이 문제에서 유난히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도 특기할 만한 일이며, 이번 사건에서 처음으로 중국 순시선이 대만-일본의 충돌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특기할 만합니다.

어제 막을 내린 다보스 포럼에서는 '환율전쟁'에 대한 격론이 오갔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시앙스포의 교수 하워드 데이비스는 FT에 기고한 글에서 이제 G20도 한물 간 거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제 G20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는 겁니다. 세계 경제가 위기는 일단 모면했지만 여전히 부진한 성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앞으로 세계 경제 문제 해결을 어떠한 구도로 논의하게 될 지 개인적으로도 무척 궁금합니다.

중국이 '항모 킬러'라 불리우는 DF-21D 탄도탄 발사 실험을 성공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대만의 Want China Times가 보도한 것인데요, 차이나 타임즈는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상당히 공신력 있는 언론입니다(홈페이지에 보이는 저 캐릭터를 예전에 마트에서 산 대만산 쌀과자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과자와 언론이라... -ㅅ- 찾아보니 2008년에 차이나 타임즈를 이 과자회사가 인수했네요). 위성 이미지를 분석해 보니 중국이 고비 사막에서 항공모함 모형을 놓고 DF-21D를 거기에 투하하는 실험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합니다. 이 탄도탄은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의 핵심 전력 중 하나입니다.

프랑스의 말리에 대한 군사적 개입은 역시 쉽게 풀리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다만 반군 내에서도 극단적 테러리즘에 반대하며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는 이슬람 단체가 생겨났다는 사실은 특기할 만합니다. 

카슈미르 지역에서 인도와의 충돌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에서는 최근 내부적으로 심각한 불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종교지도자와 세속 지도자, 특히 총리 사이의 갈등이 심각합니다. 얼마전 최고 법원에서는 총리를 체포하라는 판결까지 내렸다고 하더군요. 연일 이어지는 시위에는 카드리(Qadri)라고 하는 독특한 인물이 배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말리 문제도 그렇고 파키스탄 내정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다루어야 하는데 지난주 브리핑을 쉬었더니 체크할 것들이 너무 많아 힘에 부치는군요. 다음주에 새로운 상황 전개가 있으면 보다 상세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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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빈 작업실 : 세계 외교안보 주간 브리핑 (2월 둘째주) 2013-02-12 01:01:47 #

    ... 네이가 정치적인 영향력을 얼마나 더 갖게 되느냐에 달린 듯합니다. 하메네이도 정치적인 경쟁자들을 갖고 있으며 6월에 있을 이란 대선을 잘 치러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지난 브리핑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20% 미만의 농축은 가능하게끔 해주어야 하메네이가 국내 정치적으로도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있고 원만한 협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핵 문제 ... more

  • 김수빈 작업실 : 세계 외교안보 주간 브리핑 (3월 첫째주) 2013-03-05 11:27:44 #

    ... nbsp;유럽 법원은 이란의 두 대형 은행(멜라트, 사데라트 이란)에 대한 EU의 제재를 부당하다고 판결(멜라트, 사데라트 이란)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주간 브리핑에서 말씀드린 바 있듯 중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분 50%를 들여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원유 수입을 제지하지 못하면 인도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결국 이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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