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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어던의 암종(癌腫): 민간군사기업의 창궐로 본 국가와 인권의 균열 military/politics

아시아저널 2012년 겨울호(제6호)에 실린 글입니다. 아래의 텍스트에는 각주가 빠져 있으니 가급적이면 위의 PDF 파일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텍스트 전문과 PDF 원문은 이전한 블로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ubinkim.com/1023

*  *  *

  우리나라에서 민간군사기업(PMC)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 7월경 안산의 한 공장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당시 공장 안에서 농성 중이던 노조원들을 사측에 고용된 용역업체의 직원들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노조원들이 무참하게 폭력을 당했다. 얼핏 보면 전경부대로 착각할 만큼 공권력에 맞먹는 수준의 인력과 장비로 무장하고서도, 우리가 공권력의 행사에 응당 요구하기 마련인 책임에 대해서는 ‘민간’에 고용되었다는 핑계로 회피하는 업체, 그리고 이를 묵과하는 정부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용산의 참사는 그나마 어디까지나 (여론 압박이나 정치적 행위를 통한) 비판과 교정이 가능한 ‘공권력(경찰)’에 의해 자행된 일이었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고, 이후 자신의 고향인 경주시에서 19대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을 때도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용역을 맡긴 민간업체의 일이라는 그럴싸한 핑계와 암묵적인 용인으로 대한민국은 자본의 횡포로부터 제 국민을 돌보는 데에도 실패했다. 이는 우리들로 하여금 ‘공권력의 아웃소싱’ 또는 ‘국가의 민영화’라는 현상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민간군사기업은 다른 어떠한 사례들보다도 이러한 현상을 가장 상징적으로 반영한다. ‘폭력·강권력을 독점으로 행사하는 정치 결사체’라는, 국가에 대한 막스 베버의 정의를 정면으로 부정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더는 폭력을 독점하지 못할 때, 국가 외의 존재가 버젓이 (심지어 일부 사례에서는 국가의 의뢰를 받아) 폭력을 행사하는 시대에, 국가와 국민의 관계는 과거와 같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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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모튼 2013/02/21 08:27 #

    한국은 PMC가 있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햤는데 그렇지 않군요. 하긴 재건축 지역이나 노조 파업 때 튀어나오는 용역이 좀 더 정교하게 된다면 PMC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요.
  • 零丁洋 2013/02/21 08:42 #

    시민이 묵인하고 법이 묵인하면 악은 성장하겠죠. 이런 커가는 악에 대해 시민이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용기와 희생이라는 댓가없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 야매사진사 2013/02/21 10:56 #

    다수의 군경력자가 있는나라니 외국의 PMC에 일한자도 있고 그 경력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PMC 사업을 하기도 하고. 국내에서는 근접경호나 공해상에서 무기를 받아서 해상경호도 하고 그렇더군요.
  • tigeryoonz 2013/04/03 14:55 #

    글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자본과 국가를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네요. 시민의 권리, 사유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폭력(공권력)을 전유한 국가가 산업혁명에 이은 시장자본주의의 확산 이후로 이런 식으로 자본과 분열되고 있었군요.
    냉전의 균형과 긴장감이 그나마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칼폴라니가 말한 '이중의 운동'(시장자본주의 반작용으로 사회주의 형성)이 새로운 각도에서 비춰진 기분입니다. 어쩌면 냉전이라는 이데올로기 체제 자체가 자본의 폭력에서 시민의 권리를 고취시키고 지킬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셈으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이제는 모든 긴장이 해체된 상황이니 더욱더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눈에 불을 켜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을 이해하기가 점점 어렵고 복잡해지네요. 아무튼 좋은 글 감사합니다.
  • delcinabro 2013/02/22 00:52 #

    감사합니다. 정말로 자본과 국가는 우리가 지금껏 좌파나 우파 논자들에게서 들어왔던 것과도 사뭇 다른 듯합니다. 그래서 더욱 진영이니 그런 걸 따질 것 없이 다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만간에는 레오 스트라우스를 좀 읽어보려고 -ㅅ-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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