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6~27일 이틀에 걸쳐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서 열렸던 P5+1 회담이 끝났습니다. 양측은 전문가급 회담을 3월 18일 이스탄불에서 열어 6개국의 제안을 (기술적인 부분을) 논의하고 다시 4월 5~6일 동안 알마티에 다시 모여 정치적인 논의를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회담 참여자들의 반응만 보면 결과는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란측의 반응이 그렇습니다. 협상 대표로 나왔던 사이드 잘릴리는 "알마티의 회담이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고, 이란의 외무장관은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매우 자신한다(very confident)"고 말했습니다. 서방측 대표들의 반응은 이란만큼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이란이 서방측의 제안에 답을 한 것도 아니고 진짜 협상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서방측의 제안 내용은 ▲금을 비롯한 귀금속 거래 제재 완화 ▲이란산 석유화학 제품 금수 제재 완화 ▲이란이 제안을 수용할 경우 차후 유엔 안보리나 EU에서 새로운 제재에 대해 표결에 부치지 않을 것 등이라고 합니다. 원유와 금융 거래 제재는 완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고요. 서방측이 이란에게 요구한 내용은 ▲포르도의 지하 핵시설에서 순도 20%의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포르도에서 핵개발을 재개할 수 있는 능력을 억제하며 ▲IAEA의 보다 정기적이고 철저한 감시를 수용할 것 등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가장 놀라운 것은 바로 포르도의 지하 핵시설 철거를 요구하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위의 요구 조건 중 '핵개발을 재개할 수 있는 능력을 억제'한다는 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미국측에 따르면 저농축 우라늄을 원심분리기에 투입하는 부분을 해체하는 등의 조치를 포함합니다. 다시 말해 부분적 해체이지 완전한 철거는 아닙니다. 이는 상당한 양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줄곧 포르도 핵시설의 폐쇄를 주장해 온 이스라엘이 기뻐할 리 만무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3월 20일에 이스라엘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P5+1의 전문가급 회담이 끝난 직후가 될 것인데 여기서 오바마가 네타냐후 총리 등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도 앞으로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합니다.
미국과 EU의 제재는 이란의 경제에 상당한 손실을 끼쳤습니다. 이란의 GDP는 제재로 인해 8%가 떨어졌고, 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은 물론이고 이란의 중산층들도 경제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합니다. 몇몇은 이렇게 제재가 계속되면 국민들이 정부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되어 내부적인 정권 교체(평화적이든 폭력적이든)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2월초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란의 국민들은 제재로 큰 고통을 받으면서도(56%) 그 원인이 미국에게 있다고 생각(47%)하며 자국의 핵개발을 지지(63%)합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외부 세계와 교류가 있는 이란이 이 정도인데 과연 북한은 어떨까요?
게다가 이란에 대한 제재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실 미국은 79년 이란 혁명 이후부터 줄곧 단독으로 이란에 제재를 가하고 있었습니다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미국이 정말로 이란에 상당한 피해를 입히려면 이차 제재(secondary saction)를 가해야 합니다. 이란과 거래하는 나라에게도 제재를 가하는 것입니다. 이란산 원유에 대해서 이러한 조치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친 적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WTO 체제에 위배된다는 사실입니다. 만일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WTO 분쟁조절절차를 받게 되면 십중팔구 미국이 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미 유럽 법원은 이란의 두 대형 은행(멜라트, 사데라트 이란)에 대한 EU의 제재를 부당하다고 판결(멜라트, 사데라트 이란)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주간 브리핑에서 말씀드린 바 있듯 중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분 50%를 들여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원유 수입을 제지하지 못하면 인도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결국 이란으로부터 원유 수입을 늘릴 것입니다. 결국 이란에 대한 제재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시리아 내전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최대한 개입을 자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망자가 7만 명을 넘어서는 등 사태가 악화되자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27일, 미국이 시리아 반군에게 무기를 공급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곧바로 이에 대한 반대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단순히 반군들을 무장시키는 것만으로는 뒷감당이 어렵고 ▲무기는 쉽게 거래가 되어 얼마든지 미국의 적들에게 넘어갈 수 있으며 ▲결국 내전에 더 깊이 개입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RealClearWorld의 블로그 글은 한번 읽어볼 만 합니다. 이미 사우디 등에서 제공한 무기들이 내전을 격화시키고 있다는 보도도 있고요.
2월 28일, '시리아의 친구들' 회담에서 미국은 처음으로 시리아 반군에게 무기를 제외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줄곧 무기를 요청해 온 시리아 반군측은 실망감의 표시로 과도 정부의 수반에 대한 논의를 연기했습니다. 충분한 정치적, 군수적 지원 없이 행정부의 수반이 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평론가의 분석입니다.
미적지근한 미국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시리아에 무기를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이 적극적입니다. 시리아 반군 관계자는 늦봄이나 초여름쯤에는 유럽쪽에서 제한을 풀고 무기를 공급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터키 국경지대에서 미국과 터키의 무기 수송 제한이 꽤 느슨해졌다고도 해요. 이후에 유럽의 국가들도 공식적으로 제한을 풀지는 않더라도 이런 식으로 무기 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의 시리아 내전 전황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지금 시리아 남부의 이스라엘(골란 고원) 및 요르단 접경 지대(야르묵 강)에 공백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시리아 반군 내부의 지하드 세력이 이 지역을 장악할 경우를 우려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심지어 이 지역을 이스라엘이 선제적으로 점령(...)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3월 5일(오늘이네요), 모스크바에서 아사드 측과 반군 측이 이 지역들에 대한 논의를 한다고 합니다. 앞으로의 전개가 주목됩니다.
나토가 아프간에서 탈레반의 공격이 줄어들고 있다는 발표를 했다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을 받고는 황급히 통계에 오류가 있었다고 이를 정정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발표자료와 지금 자료는 변한 게 없다고 해요.
엔진 문제로 그라운드되었던 F-35가 비행을 재개했습니다만 언론들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합니다. 엔진 제조사인 P&W가 디자인 전체가 변경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 그러는 거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노골적이진 않지만) 거두지 않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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